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윤영진 교수
심근경색증은 대표적인 겨울철 심장혈관질환입니다. 심장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관상
동맥’이 갑자기 막혀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심장 근육 일부가 죽는 질환으로, 뚜렷한 전조
증상 없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몸속 시한폭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심근경색증과 협심증의 차이는?
심근경색증이란,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혀서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썩는)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협심증과 비슷해 보일 수 있지
만, 두 질환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에 충분한 피가 돌지 못하는 허혈 상태를 말합니다. 이 때문에 가슴 통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근경색증처럼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습니다. 즉, 협심증은 심근경색증의 전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동맥경화반과 혈전에 의해 발생·악화
심근경색증의 주요 원인은 혈관 내부의 동맥경화반 파열과 혈전 형성입니다. 동맥경화반을 쉽게 설명하면 혈관 안에 여드름이 있다고 상상하시면 됩니다. 여드름 안에 피지가 있는 것처럼 동맥경화반 안에는 기름 덩어리(lipid core)가 차 있는데, 기름 덩어리가 점점 커지다 보면 혈관 내벽이 버티지 못하고 터지게 됩니다. 이렇게 혈관 내벽이 터지면 피가 난 것과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혈을 위해 혈전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혈전으로 인해 혈관이 막히면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액의 흐름이 차단되고, 그 결과 심근경색증이 발생합니다.
갑작스러운 흉통, 당장 병원 찾아야
심근경색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의 답답함,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 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반인은 이러한 가슴 불편함이나 통증을 심근경색증 때문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참을 수 없는 가슴 통증이나 불편감이 20~30분 이상 지속되면 즉시 응급실에 가는 것이 좋습니다. 심근경색증이 의심될 때는 119를 통해 구급차로 응급실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구급차 안에서는 심전도 검사를 통해 심장 상태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심근경색증 여부를 조기에 진단하고 빠른 치료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막힌 혈관을 재개통
심근경색증 치료의 핵심은 막혀 있는 관상동맥을 최대한 빨리 열어주는 것 입니다. 치료 방법은 각 병원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시술적으로 관상동맥을 뚫어주는 ‘응급 관상동맥 확장시술’로 치료하거나, 혈전을 녹이는 약물인 ‘혈전용해제’를 투여하여 치료하게 됩니다. 드물게 관상동맥 상태가 너무 좋지 않은 경우 응급 관상동맥 우회수술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응급 관상동맥 확장시술로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일반적으로 막혀 있는 관상동맥을 풍선이나 스텐트(금속그물망)를 이용하여 확장합니다.
추가적으로, 항혈소판제(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와 항응고제(혈액을 묽게 하는 약물)를 함께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들 약물은 혈전이 다시 생기는 것을 방지합니다. 또한 혈압이 높지 않더라도 베타 차단제나 레닌-안지 오텐신 시스템 억제제와 같은 혈압약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약물은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주고 심장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도와줍니다.
심근경색증이 겨울에 더 호발하는 이유
심근경색증은 겨울철에 더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일교차가 큰 날에 위험이 증가합니다. 추운 날씨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혈압과 맥박이 높아지고, 혈관이 수축합니다. 동맥경화반, 즉 혈관 안의 기름 덩어리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이러한 혈관 수축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미 동맥경화반으로 인해 좁아진 혈관이 더욱 좁아지게 되고, 혈압과 맥박이 증가하면 심장에 더 많은 부담을 주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결합되어 동맥경화반 파열의 위험이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심장 질환이 있거나 심근경색증의 위험 요소가 있는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겨울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심근경색증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수칙
심근경색증을 완벽히 예방하는 것은 어렵지만, 동맥경화를 줄임으로써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동맥경화는 심근경색증을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원인입니다. 동맥경화의 위험 요인으로는 연령,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비만, 운동 부족 등이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은 초기에 증상이 없을 수 있어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연, 체중 관리, 규칙적인 운동은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다른 위험 요인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요약하면, 심근경색증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수칙은 ‘금연하고, 덜 먹고, 운동하고 약 잘 먹는다’로 할 수 있습니다.